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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할, 책임, 협력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 - 켄 블랜차드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인간은 완벽하게 이기적인 동시에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독일 홈볼트 대학의 교수 베르너 귀스는 흥미로운 경제학 게임 하나를 고안했다. 이 실험에는 두 명의 게임 참가자가 참여한다. 한 명은 제안자, 한 명은 응답자라고 부른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연구팀은 제안제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공하고 제안자는 자신이 받은 금액 일부를 응답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
제안자는 자신이 받은 금액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자고 제안할 수도 있고 자신이나 응답자에게 좀 더 많은 금액이 돌아가도록 제안할 수도 있다.
이 게임에는 제안자와 응답자 둘 모두에게 단 한 번의 선택 기회만 주어지기 때문에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는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의 충돌을 잘 설명해 준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합리적인 존재다.
그러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본연의 특성을 배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불합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즉 인간은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즉 각 개인이 처해있는 문맥이 인간의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의 세계에서도 협력이라는 문맥이 객체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객체가 가져야할 상태와 행동부터 고민하게 되어 좋지 못한 설계를 만들게 된다.
객체의 모양을 빚는 것은 객체가 어느 협력에 참여하느냐다.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지가 객체에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고 필요한 행동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한다.

협력

요청하고 응답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일상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협력의 본질은 요청과 응답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해결 과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요청과 응답의 연쇄적인 흐름이 발생한다.
협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일을 처리한 후 요청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청에 응답한다.

누가 파이를 훔쳤지?

훌륭한 객체를 설계하려면 먼저 협력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다양한 특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이상한 나라에 홀로 남겨진 앨리스의 이야기 중, 하트 여왕이 만든 파이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하트 잭에 대한 공판이 열리는 법정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법정 안에는 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왕과 증언을 하는 모자 장수, 재판을 구경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앨리스를 비롯해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법정에 모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서다.
객체지향적인 시점에서 봤을 때 법정은, 먼저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객체다. 왕과 하얀 토끼, 모자 장수라고 불리는 객체들은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즉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객체들은 하트 잭의 재판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 속의 협력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든 협력이 그런 것처럼 하트 잭의 재판 과정 역시 재판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요청하고 응답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진다.
누군가가 왕에게 재판을 요청함으로써 재판이 시작된다.
⇒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는 말은 왕이 재판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재판에 처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왕이 하얀 토끼에게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한다.
⇒ 왕이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이유는 하얀 토끼가 목격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목격자를 부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왕의 요청을 받은 토끼는 모자 장수에게 증인으로 입장할 것을 요청한다.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함으로써 토끼의 요청에 응답한다.
모자 장수의 입장은 왕이 토끼에게 요청했던 증인 호출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이후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다.
⇒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고 요청한 이유는 모자 장수가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며 증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모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증언함으로써 왕의 요청응답한다.
결국 어떤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요청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청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책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는 어떤 객체가 어떤 요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크레이그 라만은 객체지향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책임을 능숙하게 소프트웨어 객체에 할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객체와 책임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상황에서 겅급하게 구현에 뛰어드는 것은 변경에 취약하고 다양한 협력에 참여할 수 없는 비자율적인 객체를 낳게 된다.

책임의 분류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책임을 수행한다.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구성된다.
크레이그 라만은 이러한 분류 체계에 따라 객체의 책임을 크게 하는 것아는 것의 두 가지 범주로 자세히 분류하고 있다.
하는 것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 스스로 하는 것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하는 것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아는 것
개인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객체지향 설계의 예술은 적절한 객체에게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는 데에 있다.
객체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용 서비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즉,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책임과 메시지

협력 안에서 객체는 다른 객체가 요청한 경우에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한다.
결국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전송한 요청은 그 요청을 수신한 객체로 하여금 책임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처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을 메시지 전송이라고 한다.
따라서 두 객체 간의 협력은 메시지를 통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협력을 요청하는 객체를 송신자라고 하고 메시지를 받아 요청을 처리하는 객체를 수신자라고 한다.
메시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책임이 협력이라는 문맥 속에서 요청을 수신하는 한 쪽의 객체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나열하는 것이라면 메시지는 협력에 참여하는 두 객체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은 특정한 메시지를 송신자가 보냈을 때, 해당 메시지를 수신자가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책임과 메시지의 수준이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책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행위를 상위 수준에서 개략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책임을 결정한 후 실제로 협력을 정제하면서 이를 메시지로 변환할 때는 하나의 책임이 여러 메시지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객체지향 설계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수행해야 하고 어떤 객체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고 어떤 메소드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메시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역할

책임의 집합이 의미하는 것

협력의 관점에서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의 집합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는 어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역할은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판사와 증인

이번 내용에선 판사의 역할이 여왕에게 위임되는 것과 증인의 역할이 공작 부인의 요리사, 앨리스로 넘어가는 내용이었다.
역할이 위임되었다고 해서 재판의 흐름이 변경되지는 않았다. 차이점이라고는 대신 여왕이, 모자 장수 대신 요리사앨리스가 협력에 참여한다는 점 뿐이다.
이 세 개의 협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가? 만약 재판 과정이 바뀐다면 세 개의 협력 과정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수정해야 할까?

역할이 답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협력의 형태는 총 셋이다.
왕, 하얀 토끼, 모자 장수
왕, 하얀 토끼, 요리사
여왕, 하얀 토끼, 앨리스
여기서 문제는 협력에 참여하는 등장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이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에 하나의 협력으로 단순화하고 싶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재판이라는 협력 과정 속 여왕판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자 장수요리사 그리고 앨리스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판사증인이라는 역할을 사용하면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협력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협력 안에서 역할은 이 자리에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객체라도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이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앞서 메시지책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결국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해당 객체들이 협력 내에서 동일한 책임의 집합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 유연성, 재사용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하여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진다.
다양한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서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의 추상화는 설계자가 다뤄야하는 협력의 개수를 줄이며 구체적인 객체추상적인 역할로 대체함으로써 협력의 양상을 단순화한다.
역할을 이용하면 협력을 추상화함으로써 단순화할 수 있다. 구체적인 객체추상적인 역할을 대체하여 동일한 구조의 협력을 다양한 문맥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과거의 전통적인 패러다임과 구분되는 객체지향만의 힘이다.
⇒ 이 능력은 근본적으로 역할의 대체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대체 가능성

역할은 협력 안에서 구체적인 객체로 대체될 수 있는 추상적인 협력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역할은 다른 객체에 의해 대체 가능함을 의미한다.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선 행동이 호환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어떤 객체가 증인이라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객체가 증인석에 입장할 수 있고 증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객체는 협력 안에서 역할으 수행하는 행동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객체지향의 용어를 빌려 설명하면 객체가 역할을 대체 가능하려면 협력 안에서 역할이 수행하는 모든 책임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객체가 역할에 주어진 책임 이외에 다른 책임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자.
왕은 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재판을 수행하는 책임 뿐만 아니라 국정을 돌봐야 할 추가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객체는 역할이 암시하는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의 타입과 역할 사이에는 일반화/특수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특수화 관점에서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역할은 일반화이며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객체의 타입은 특수화다.
역할이 협력을 추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역할 자체가 객체의 추상화이기 때문이다.
역할의 대체 가능성은 행위 호환성을 의미하고 행위 호환성은 동일한 책임의 수행을 의미한다.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흔한 오류

사람들이 흔하게 가지는 객체지향에 대한 첫 번째 선입견은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객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객체가 상태의 일부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는 단지 객체가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료일 뿐이다.
객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행위를 수행하며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객체의 행동, 즉 책임이다.
두 번째 선입견은 객체지향이 클래스와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시스템의 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적인 클래스가 아닌 협력에 참여하는 동적인 객체이며 클래스는 단지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표현하고 생성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구현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입문자들이 데이터나 클래스를 중심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이유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각 객체를 독립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객체가 참여하는 협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객체를 섬으로 바라보던 잘못된 시선을 거두고 올바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협력을 따라 흐르는 객체의 책임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고 싶다면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의 의미는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요청과 응답의 흐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될 책임이 된다.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고 나면 책임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이 된다.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객체가 수행하게 될 적절한 책임, 즉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해야 한다.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행동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클래스의 구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스와 데이터는 협력과 책임의 집합이 어느정도 결정된 후에야 무대 위에 등장할 수 있다.
객체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협력이라는 실행 문맥 안에서 책임을 분배해야 한다. 각 객체가 가져야 하는 상태와 행위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그 객체가 참여할 문맥인 협력을 정의하라.
객체지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히 자율적인 동시에 충분히 협력적인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객체를 충분히 협력적으로 만든 후에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를 충분히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 기법

책임 주도 설계

협력에 필요한 책임들을 식별하고 적합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이는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전문가들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무엇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잘 보여준다.
객체지향 시스템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다. 객체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시스템의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객체와 협력하는 사회적인 존재다.
객체지향 시스템의 목적은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며, 유연한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객체들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적 설계란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고안하고 협력에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식별한 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를 식별해 나가는 과정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올바른 책임을 올바른 객체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기능은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분할되고 각 책임은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된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도중 스스로 처리할 수 없거나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경우, 적절한 객체를 찾아 필요한 작업을 요청한다.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작업을 요청하는 행위를 통해 결과적으로 객체들 간의 협력 관계가 만들어진다.
만약 책임을 여러 종류의 객체가 수행할 수 있다면 협력자는 객체가 아니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되어야 한다.
책임 주도 설계에서는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하고 각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협력자를 찾아 해당 협력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협력 공동체를 구축한다.
이는 개별적인 객체의 상태가 아닌 객체의 책임과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협조적이고 성실한 객체 시민들로 구성된 객체지향 시스템을 설계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이 요악할 수 있다.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전달한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한다.
역할, 책임, 협력은 유연하고 견고한 객체지향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료다. 그 외의 장치는 단지 이들을 보완하고 복잡도를 줄이기 위한 보조 재료일 뿐이다.
⇒ 이 셋에 집중하자.

디자인 패턴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해결 방법을 정의해 놓은 설계 템플릿의 모음으로 패턴은 전문가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식별해 놓은 역할, 책임, 협력의 모음이다.
패턴을 알고 있다면 바퀴를 반복적으로 발명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역할, 책임, 협력이 디자인 패턴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임 주도 설계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을 고안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제시한다. 반면 디자인 패턴은 이런 설계의 결과를 표현한다.
패턴은 모범이 되는 설계로, 특정한 상황에서 설계를 돕기 위해 모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과거의 설계 경험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패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의 쌍으로 정의된다.
이는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패턴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함께 설명한다.
또한 반복해서 일어나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설계가 왜 더 효과적인지 이유를 설명한다.
디자인 패턴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할, 책임, 협력의 템플릿이다.
만약 특정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 패턴을 잘 알고 있다면 책임 주도 설계의 절차를 따르지 않고도 객체들의 역할, 책임, 협력 관계를 쉽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패턴은 책임 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테스트 주도 개발

테스트 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먼저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구체적인 코드를 추가하면서 어플리케이션을 완성해가는 방식을 따른다.
이는 테스트가 아닌 설계를 위한 기법이다.
테스트는 단지 이 기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보너스 같은 것이며 실제 목적은 구체적인 코드를 작성해나가면서 역할, 책임, 협력을 식별하고 식별된 역할, 책임, 협력이 적합한지를, 테스트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애자일 방법론의 한 종류인 XP의 기본 프랙티스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설계 기법이다.
기본적인 흐름은 실패하는 테스트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가장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후, 리팩토링을 통해 중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스트 주도 개발이 응집도가 높고 결합도가 낮은 클래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최상의 방안인 것은 맞지만 초보자들에겐 어떤 테스트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테스트 주도 개발은 객체가 이미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객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것인지에 관해 먼저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 그러나 이 같은 종류의 충고는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객체를 바라보지 않는 상태에선 무의미하다.
테스트 주도 개발은 테스트 작성이 아닌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 또는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객체의 역할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 어떤 결과를 반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객체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코드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